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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과 체스, 두뇌를 쓰는 방식이 이렇게 다르다고?

by FlipBee 2025. 7. 6.

바둑과 체스. 둘 다 흑백의 돌과 말로 싸우는 전략 게임입니다. 그러나 이 두 게임을 실제로 해본 사람이라면 금방 느낍니다. 전혀 다르다는 걸요. 단순히 규칙이 다른 게 아닙니다. 사고하는 방식, 수를 선택하는 기준, 심지어 '이기려는 감각'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그렇다면 바둑과 체스는 우리의 두뇌를 어떻게 다르게 자극할까요? 지금부터 그 차이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바둑은 공간과 흐름을 읽는 게임

바둑은 정해진 기물이 없습니다. 돌은 다 똑같고, 어디에 두든지 간섭을 받지 않죠. 이 점에서 바둑은 매우 자유로운 게임입니다. 하지만 자유롭기 때문에 무한한 선택지가 존재합니다. 19×19 바둑판에서 첫 수는 361가지 가능성이 있고, 그 이후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바둑은 '정답이 없는 게임'이라고도 합니다. 이 말은 곧, 판 전체의 형세를 읽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고, 내 세력을 어디에 어떻게 펼칠지 결정해야 하죠. 이때 우리는 ‘공간 감각’, ‘패턴 인식’, ‘맥락 이해’ 등 다양한 사고 능력을 동원하게 됩니다.

또한 바둑은 직관(intuition)의 게임입니다. 고수들은 형세를 보고 말합니다. “이건 안 좋아 보여.” 수천 가지 수 중 단 하나를 고르기 위해, 직관적 판단력이 가장 큰 무기가 되는 것입니다.

 

체스는 계산과 논리로 수를 쌓는 게임

반면, 체스는 매우 질서 잡힌 게임입니다. 말마다 역할이 정해져 있고, 움직임에도 제약이 있습니다. 킹은 한 칸씩만 움직이고, 나이트는 L자, 폰은 한 칸 앞으로. 체스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계산 가능한 세계’입니다. 그래서 체스는 논리와 분석 중심의 게임입니다.

체스를 두는 사람은 매 수마다 상대의 응수를 예상하고, 몇 수 앞을 시뮬레이션합니다. “이 수를 두면, 상대는 여길 막고, 나는 여길 두고…” 이렇게 수십 가지 경우의 수를 머릿속에서 재배열하죠. 바둑이 흐름을 느끼는 게임이라면, 체스는 사고를 조합하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체스는 수학적 추론과 잘 어울립니다. 많은 체스 고수들이 프로그래밍, 공학, 수학적 문제 해결에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는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두 게임이 자극하는 두뇌 영역도 다르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바둑과 체스는 서로 다른 두뇌 영역을 중심으로 활성화됩니다. 예를 들어:

  • 바둑: 전두엽 + 후두엽 활성화 → 시각적 패턴 인식, 직관적 판단
  • 체스: 전두엽 + 측두엽 활성화 → 언어적 기억, 논리적 추론

이 차이는 문화적인 교육 방식과도 닮아 있습니다. 바둑은 동양식 사고의 대표 격으로, 조화와 균형, 맥락을 중요시합니다. 반면 체스는 서양식 사고와 맞닿아 있어, 명확한 규칙과 공격적인 전개, 논리적 사고를 강조하죠.

 

바둑과 체스, 어느 쪽이 더 어렵다고 할 수 있을까?

자주 나오는 질문이죠. “바둑이 더 어려워요? 체스가 더 어려워요?”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난이도의 기준이 다릅니다.

  • 바둑: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어렵습니다. 한 수를 선택하는 자유도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 체스: 한 수 한 수가 너무 명확해서 어렵습니다. 실수가 바로 패배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바둑은 모호함 속에서 최선의 수를 찾는 능력, 체스는 명확함 속에서 실수를 피하는 능력을 요구합니다.

 

결론: 바둑은 느끼는 게임, 체스는 분석하는 게임

바둑과 체스는 모두 위대한 전략 게임입니다. 하지만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바둑은 더 많은 가능성 속에서 형세를 ‘느끼고’, 체스는 제한된 룰 안에서 상황을 ‘계산합니다’.

당신이 창의적이고 직관적인 사고를 좋아한다면 바둑이 더 잘 맞을 수 있고, 논리적이고 수학적인 사고를 즐긴다면 체스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혹은 둘 다 좋아하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왜냐하면 이 두 게임은, 우리의 두뇌를 다른 방식으로 단련시켜 주는 최고의 훈련 도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