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조금이라도 둬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습니다. "왜 이 수를 뒀지?" 하고 복기하면서 후회가 밀려올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언제나 ‘그 한 수’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죠. 실수 하나로 흐름이 바뀌고, 어쩌면 결과까지 달라집니다. 하지만 바둑이든 인생이든 정말 중요한 건 그 실수보다, 그다음에 무엇을 하느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바둑이라는 게임을 통해 우리가 인생의 실수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다음 수를 두어야 할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누구나 실수한다, 고수도 그렇다
바둑에서 실수는 절대 피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프로 기사들도 한 판에서 몇 번씩 ‘악수’를 두고, AI는 그 수가 승률을 얼마나 떨어뜨렸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그들이 실수를 해도 끝까지 판을 이끌어간다는 겁니다. 왜일까요? 그들은 실수를 인정하고 다음 수를 준비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중요한 순간에 선택을 잘못하거나, 말실수를 하거나, 사람을 잘못 믿을 수도 있죠. 문제는 그런 선택이 아니라, ‘그 이후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입니다. 한 번의 수는 판세를 흔들 수 있지만, 흐름을 잃지 않으면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2. 실수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포석이다
바둑판 위에서 실수를 하면 기회는 끝난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실수를 한 자리는 약점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반전의 지점이 되기도 합니다. 한 수를 실수했다고 생각할 때, 그 수를 중심으로 새로운 전략을 짜는 것이 고수의 태도입니다. 마찬가지로 인생에서도 어떤 선택이 결과적으로 좋지 않았더라도,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다른 관점에서 새로 판을 짜면 그게 오히려 더 나은 방향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를 옮긴 게 후회됐더라도,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면 실수는 단순한 좌절이 아니라 ‘새로운 포석’이 됩니다. 중요한 건, 그 실수를 중심으로 ‘지금부터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느냐’입니다.
3. 후회보다 복기를, 변명보다 전략을
바둑에서 실수를 분석하는 방법은 '복기'입니다. 복기는 이겼든 졌든, 어떤 수에서 흐름이 바뀌었는지 냉정하게 돌아보는 과정입니다. 반성은 하되, 감정에 빠지지 않고 다음을 위한 전략을 세우는 태도죠. 인생에서도 복기 같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실수한 일을 곱씹기보다는, 그때 어떤 생각으로 그 선택을 했는지, 지금 다시 돌아간다면 어떤 판단을 할지를 생각해보는 겁니다. 그리고 다음엔 같은 상황에서 다른 수를 둘 수 있도록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거죠. 복기는 남 탓을 위한 게 아니라, 다음 수를 더 잘 두기 위한 도구입니다. 후회는 정체되지만 복기는 성장하게 합니다.
4. 최고의 수보다, 내게 맞는 수
AI 바둑이 보편화되면서 우리는 ‘최고의 수’가 무엇인지 손쉽게 알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프로 기사들도 AI가 추천하는 수를 그대로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아무리 승률이 높은 수라도,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수라면 그건 좋은 수가 아니기 때문이죠. 삶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말하는 ‘최선의 선택’이 내게 맞는 선택은 아닐 수 있어요. 남들 기준의 성공을 좇기보다, 나의 스타일과 상황, 감정과 리듬에 맞는 수를 두는 게 진짜 실력입니다. 잘 산다는 건 결국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를 두는 삶’일지도 모릅니다.
마무리하며
바둑에서 실수는 끝이 아니라 과정이고, 인생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선택의 실수를 하고, 때로는 그 결과에 휘둘립니다. 하지만 ‘한 수’가 흐름을 바꾸는 것처럼, 그다음 한 수로 우리는 또 다른 방향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수를 뒀느냐’보다 ‘그다음에 어떤 태도를 가졌느냐’입니다. 오늘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다음 수에 최선을 다한다면 인생도 바둑처럼 한 수 한 수 깊어지고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