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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서 최고의 수란 무엇인가? AI와 인간의 관점 비교

by FlipBee 2025. 6. 2.

바둑은 한 수의 선택이 수십 수 이후의 흐름을 결정짓는 깊은 게임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 장면의 최고의 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하지만 ‘최고의 수’라는 개념은 절대적인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이 바둑계에 등장하면서, 우리가 ‘좋은 수’라고 여겼던 기준이 바뀌고 있고, 인간과 AI의 수 선택 기준은 때때로 놀라울 정도로 다릅니다. 이번 글에서는 바둑에서 최고의 수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AI와 인간의 관점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우리는 이 변화 속에서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할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인간이 말하는 ‘좋은 수’의 기준

전통적으로 바둑에서 좋은 수, 즉 ‘최고의 수’는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되어 왔습니다.

  • 형세에 맞게 전체 판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수
  • 상대의 약점을 정확히 공격하거나, 내 약점을 보완하는 수
  • 실리를 챙기거나 세력을 넓히며 효율적인 모양을 만드는 수
  •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미래 가능성을 열어두는 수

예를 들어, 고수들은 같은 모양에서 돌 하나만 위치가 달라도 "이 수는 기가 막힌 수다", "이 수는 너무 얇다"는 표현을 씁니다. 이처럼 인간은 수의 결과뿐 아니라, 수에 담긴 의도, 감각, 흐름을 함께 고려합니다. 특히 프로 기사들은 상대의 심리까지 읽으며 그 순간 가장 ‘필요한 수’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접근은 AI가 계산적으로 접근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2. AI가 평가하는 최고의 수: 승률 기반의 계산적 선택

AI는 한 수의 ‘좋고 나쁨’을 정확한 승률 변화로 보여줍니다. 바둑 AI인 KataGo, Leela Zero 등은 수천만 판의 자가 대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수가 전체 승률을 얼마나 높이거나 낮추는지를 분석합니다. AI에게 최고의 수란, 그 순간 승리 확률을 가장 높이는 수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장면에서 A수를 두면 승률이 54%, B수를 두면 49%라면 AI는 A수를 ‘최고의 수’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인간 입장에서는 B수가 더 안전하게 보일 수도 있고, 모양상 좋은 흐름일 수 있습니다. AI는 인간이 잘 사용하지 않는 '기묘한 수'를 제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모양이 나쁘더라도 전체 승률이 높아지는 수라면 과감히 선택합니다. 이는 우리가 기존에 ‘좋은 수’라고 여긴 정석이나 모양 중심의 가치관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3. AI 수와 인간 수의 충돌 사례

실제로 AI 수와 인간 수가 충돌한 대표적 장면 중 하나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2국입니다. 알파고가 초반에 둔 ‘소목에서 한 칸 벌림’ 수는 당시 인간 고수들 사이에서는 전혀 쓰이지 않는 수법이었지만, AI는 승률 관점에서 매우 효율적인 수라고 판단했습니다. 반대로, 이세돌이 4국에서 둔 ‘78수’는 인간적인 직관과 창의력이 만들어낸 수로 평가받았으며, AI조차도 예측하지 못한 명수로 기록되었습니다. 이런 사례들은 최고의 수에 대한 AI와 인간의 접근법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인간은 흐름, 감각, 심리, 형세를 고려한 통합적 판단을 내리지만, AI는 오로지 확률과 시뮬레이션 결과로 수를 평가합니다. 양자의 차이는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합니다.

 

4. 최고의 수는 하나가 아니다: 목적에 따른 최선의 선택

‘최고의 수’는 사실 상황과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바둑에서 수는 단순히 결과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전체 전략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승률이 높아도 너무 복잡한 수는 실전에서 감당이 어렵기 때문에, 실수를 줄이기 위한 ‘안정된 수’가 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상대의 스타일이나 성격을 고려해 유리한 국면을 이끄는 수가 전략적으로 더 좋은 수일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AI가 제시한 수를 무조건 따라 하기보다, 그 수의 맥락과 인간적인 해석을 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즉, ‘AI 수를 이해하고 인간 수를 선택하는 것’이 새로운 실력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바둑에서 최고의 수는 절대적인 정답이 아닙니다. AI가 보여주는 수는 과학적이고 정밀한 도구지만, 여전히 인간의 감각과 전략적 선택은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결국 최고의 수란 ‘그 순간 나에게 가장 적절한 수’, ‘이 흐름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수’일 수 있습니다. AI와 인간이 서로를 보완하는 시대에, 바둑은 정답을 맞히는 게임이 아니라 더 나은 판단을 해나가는 게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최고의 수’를 찾기보다, ‘최선의 수를 선택할 수 있는 눈’을 기르는 것이 진짜 실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