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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금기 수: 왜 '삼삼'은 초보의 함정일까?

by FlipBee 2025. 6. 18.

바둑을 막 배우기 시작한 초보자들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수 중 하나가 바로 '삼삼 착수'입니다. 삼삼은 바둑판 네 귀에 있는 3·3 지점으로, 돌을 두었을 때 모양이 단단하고 집으로 연결되기 쉬운 자리입니다. 이로 인해 초보자들은 삼삼이 안정적인 자리라고 생각하고 초반부터 해당 위치에 착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전 바둑에서는 삼삼이 오히려 금기 수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으며, 고수일수록 삼삼을 초반에 사용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왜 삼삼이 초보자에게는 함정이 될 수 있는지, 어떤 전략적 맥락에서 삼삼 착수가 문제가 되는지를 설명합니다.

 

삼삼 착수의 특징과 초보자가 선호하는 이유

삼삼 착수는 귀에 돌 하나만 두어도 살아 있는 형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직관적입니다. 이 위치에 돌을 놓으면 빠르게 집을 확보할 수 있고, 상대의 공격을 피하기도 쉬워 보입니다. 그래서 바둑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삼삼을 일종의 ‘안전한 자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온라인 바둑 플랫폼이나 AI 자동 복기 시스템에서도 삼삼이 살아 있는 모양으로 자주 분석되기 때문에, 삼삼의 효율이 높은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바둑은 단순히 한 점에서 집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체 판세를 고려한 흐름의 게임입니다. 삼삼은 국지적으로는 이득처럼 보이지만, 전체 흐름에서는 세력을 쌓거나 변·중앙으로 전개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수가 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삼삼을 초반에 선택하는 것은 효율적인 포석 구성을 방해할 수 있으며, 실전에서는 전략적 유연성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왜 삼삼이 초반에 문제가 되는가?

삼삼 착수가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세력’을 무시하기 때문입니다. 바둑 초반은 보통 귀를 확보한 다음, 변과 중앙을 중심으로 세력을 쌓아 전체 판세를 유리하게 만드는 흐름으로 전개됩니다. 그런데 삼삼을 너무 일찍 두면 귀에서 실리를 확보하는 대신 변이나 중앙에서의 세력을 구축할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중반전에 들어섰을 때 전체적인 영향력에서 상대에게 밀리는 형세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삼삼을 초반에 둘 경우 상대방이 삼삼 침입을 반격하는 정석을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초보자는 국지전에서 손해를 보거나 응수에 실패하여 전체 흐름을 잃을 수 있습니다. 고수들은 삼삼을 포석 중반 이후나 상대의 실수에 따라 전략적으로 사용하며, 삼삼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타이밍과 맥락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초보자일수록 이러한 타이밍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삼삼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AI 시대의 삼삼 활용과 오해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삼삼에 대한 인식이 일부 바뀌고 있습니다. AI는 정석을 무시하고 초반 삼삼 침입을 자주 시도하며, 이로 인해 AI를 참고하는 기사들이 삼삼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초보자들에게 ‘삼삼이 고수의 수법’처럼 인식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AI는 매우 정밀한 수읽기와 형세 판단을 기반으로 삼삼을 사용하는 것이며, 이는 인간의 수읽기 범위를 넘어선 계산 능력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초보자가 AI의 삼삼 수법을 그대로 따라 하면, 국면 전체의 균형이나 후속 대응이 부족하여 실전에서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AI 수법은 초반 삼삼 이후의 복잡한 전투나 연결 수단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삼삼만 사용하는 것은 효율적인 바둑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삼삼 착수는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긴 하지만, AI의 판단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다는 자신의 이해 범위 내에서 사용해야 합니다.

 

결론: 삼삼은 수단이지, 정답이 아니다

삼삼 착수는 바둑에서 효율적인 자리일 수 있지만, 초보자에게는 전략적 맥락 없이 사용될 경우 오히려 손해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바둑의 초반은 전체 흐름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귀에서 실리를 취하기보다는 변과 중앙으로의 전개를 고려한 수법이 더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삼삼을 두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왜 지금 삼삼인가’에 대한 분명한 판단 없이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수들은 삼삼을 타이밍에 맞게, 상대의 포석에 대한 대응으로 활용합니다. 초보자라면 삼삼이 왜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고, 전체 판세와의 연계 속에서 사용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삼삼은 단순한 금기 수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강력한 수가 될 수 있는 자리입니다. 그 차이는 ‘언제, 왜’ 두느냐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