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지금, 많은 이들이 '치매 예방'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는 경우, 미리 두뇌 건강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고민하게 되며, 그중 하나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바둑’입니다. 바둑은 단순한 오락이 아닌 전략 게임이며, 수읽기·기억력·판단력 등을 종합적으로 사용하는 복합적 활동입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바둑을 두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까요? 이 글에서는 과학적 근거와 의학적 연구 결과,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바둑이 치매 예방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해보겠습니다.
바둑은 어떤 방식으로 뇌를 자극하는가?
바둑은 단순히 돌을 놓는 게임이 아닙니다. 각 한 수를 두기 위해서는 복잡한 수읽기, 상대 수 예측, 패턴 기억, 형세 판단 등의 인지 활동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이 과정에서 전두엽, 측두엽, 해마 등 뇌의 여러 부위가 동시에 활성화되며, 이는 인지 기능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바둑은 한 판이 수십 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 이상 지속되며, 그 시간 동안 끊임없이 판단과 결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이는 뇌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만드는 훈련이 됩니다.
의학적으로도 뇌는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는 원리에 따라 작동합니다. 반복적인 자극이 있는 활동은 시냅스 연결을 유지하고, 뉴런의 활동성을 증가시켜 뇌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바둑은 반복적이고 전략적인 활동으로 뇌를 자극하며, 특히 노년기에 흔히 감소하는 집중력, 단기 기억력, 판단력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단순한 숫자 맞추기 게임보다 훨씬 복잡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유도하기 때문에, 뇌의 다양한 영역을 자극하는 데 효과적인 활동입니다.
과학 연구는 바둑과 치매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국내외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둑을 포함한 전략 게임 활동은 노년기의 인지 기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은 65세 이상 노인 3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바둑을 정기적으로 둔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언어 기억력과 시공간 구성력 테스트에서 유의미하게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일본 도쿄대학교 노인병 연구소에서는 바둑, 장기, 퍼즐 등을 생활 속에서 주기적으로 즐기는 고령자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3년 후 치매 진단 비율이 20% 이상 낮게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바둑이 단순한 취미활동을 넘어, 뇌 기능 유지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근거로 해석됩니다. 물론 바둑이 치매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방 차원에서의 인지 자극 활동으로 매우 효과적인 수단임은 여러 연구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바둑의 심리적·사회적 효과는 더 큰 보호막이 됩니다
치매 예방에는 인지 자극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교류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바둑은 1:1 대국을 기본으로 하며, 대화를 동반한 활동입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사람과의 접촉이 이루어지고, 외로움이나 우울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줍니다. 실제로 많은 바둑 동호회, 경로당 바둑반, 실버 바둑 교실 등에서 바둑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 형성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심리학적으로도 고령자가 느끼는 '소외감', '역할 상실'은 인지 기능 저하를 가속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바둑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내가 여전히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효능감을 높여 줍니다. 이는 정신적 안정감과 정체성 유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즉, 바둑은 뇌의 자극과 더불어 마음과 사회성을 함께 지키는 ‘입체적인 예방 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실생활에서 바둑을 치매 예방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바둑이 치매 예방에 도움을 주려면 정기적으로, 그리고 적절한 난이도에서 즐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루 1국 정도의 짧은 대국이나, 바둑 교실 참여, 온라인 바둑 대국도 충분한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접속 가능한 온라인 바둑 플랫폼(예: 타이젬, 한게임 바둑 등)은 장소와 시간 제약 없이 즐길 수 있어 노년층에게도 적합합니다.
또한 손자·손녀 등 가족과 함께 두는 바둑은 세대 간 소통의 도구로도 기능하며, 자연스럽게 정서적 안정과 가족 관계 개선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꼭 정석을 외우거나 승부에 집착할 필요 없이, 판을 보고 생각하고 기다리는 과정 자체가 인지 훈련이 된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습니다. 바둑은 책을 읽는 것처럼, 천천히 꾸준히 접할수록 그 효과가 커지는 활동입니다.
결론: 바둑은 뇌와 마음을 함께 지키는 인지 건강 활동입니다
바둑은 단순히 머리를 쓰는 게임이 아니라, 기억력·판단력·집중력 등 뇌의 여러 기능을 종합적으로 자극하는 활동입니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바둑이 고령자의 인지 기능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고, 사회적 교류와 정서적 안정 측면에서도 유익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치매 예방이라는 측면에서는, 약물이나 특별한 치료보다도 꾸준히 즐길 수 있는 두뇌 활동이 더 실질적인 예방 효과를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기적인 바둑 활동은 단지 시간을 보내는 취미를 넘어서, 나이 들어도 내 삶의 리듬을 유지하고, 스스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바둑은 뇌와 마음을 함께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손쉬운 뇌 훈련이자 삶의 동반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