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과 체스에서 ‘수읽기’는 단순한 계산이 아닙니다. 경험과 직관, 그리고 순간적인 판단이 얽힌 복합적인 사고 과정이죠. 인공지능이 아무리 빠르게 수를 계산하더라도, 인간의 수읽기에는 여전히 인간만의 깊이와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수읽기의 본질: 머리로 계산하고 마음으로 판단한다
수읽기(Reading)는 상대의 다음 수를 예측하고, 그 결과를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실제 대국에서는 단순히 경우의 수를 셈하는 것이 아니라, ‘이 수가 전체 흐름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바둑에서는 단 한 점을 살릴지, 전체 세력을 유지할지를 판단해야 하고, 체스에서는 말 하나를 희생해 더 큰 구조적 이득을 얻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수의 결과’보다 ‘의도와 맥락’ 입니다.
직관이 작동하는 순간
많은 고수들은 “직관적으로 보였다”는 표현을 씁니다. 이것은 단순한 감이 아니라, 수천 번의 경험에서 형성된 패턴 인식입니다. 뇌는 과거의 비슷한 장면을 떠올리고, 그때의 성공 경험을 토대로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립니다.
실제로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프로기사나 체스 그랜드마스터의 뇌는 새로운 상황에서도 과거 패턴을 빠르게 매칭하며 반응한다고 합니다. 이는 계산이 아니라 무의식 속 학습 결과이며,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사고 방식입니다.
계산과 직관의 균형
수읽기에서 중요한 것은 균형입니다. 계산에만 의존하면 큰 흐름을 놓치고, 직관만 믿으면 세부 수를 실수하기 쉽습니다. 최고의 수읽기는 이 두 가지를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체스에서는 ‘3수 앞을 본다’는 표현이 자주 쓰입니다. 하지만 그 3수를 결정하는 것은 단순한 경우의 수가 아니라, 포지션의 감각과 심리적 흐름입니다. 바둑에서도 마찬가지로, 수를 읽는 것보다 ‘언제 멈춰야 할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AI와 인간의 차이: 정답보다 과정에 집중한다
인공지능은 항상 ‘가장 이길 확률이 높은 수’를 선택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수읽기는 정답보다 과정에 가깝습니다. 인간은 실수를 통해 배우고, 실패한 수에서도 의미를 찾습니다. 이런 학습 과정은 데이터가 아니라 경험(E)으로 축적됩니다.
AI가 완벽한 계산을 수행할 수는 있지만, ‘의미를 느끼는 사고’는 인간만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수읽기는 여전히 예술적이며, 전략 게임의 본질을 인간 중심으로 유지시켜 주는 마지막 보루이기도 합니다.
수읽기의 본질은 ‘이해력’이다
결국 수읽기의 핵심은 단순히 많이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고수일수록 더 깊이 읽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수를 걸러내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직관과 경험이 빛을 발합니다.
AI가 수를 계산한다면, 인간은 의미를 읽습니다. 수읽기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고와 감정이 교차하는 인간의 예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