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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바둑 전성기와 쇠퇴: 고바야시와 오타케 시대의 기억

by FlipBee 2025. 6. 16.

20세기 후반, 일본은 세계 바둑계를 선도하던 중심 국가였습니다. 이 시기는 고바야시 고이치, 오타케 히데오, 조치훈 등 걸출한 기사들이 활약하던 전성기로 평가됩니다. 일본은 체계적인 기사 양성 제도와 정기적인 타이틀전 운영, 안정된 기사 후원 시스템을 바탕으로 세계 바둑계를 주도하였으며, 이 시기 일본 바둑은 기술과 기풍 양면에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이후 중국과 한국의 빠른 성장에 밀리며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 중에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일본 바둑 전성기의 주요 특징과 쇠퇴의 원인, 그리고 현재의 변화 방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고바야시 고이치와 오타케 히데오: 시대를 대표한 두 기사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은 1970~80년대 일본 바둑을 상징하는 기사 중 한 명입니다. 공격적이고 직선적인 수법으로 유명하며, 일본 내 주요 타이틀을 장기 집권한 기록이 있습니다. 특히 명인전, 기성전, 본인방전 등 일본 3대 기전에서 모두 우승하며 ‘3관왕’으로 불리던 시절도 존재하였습니다. 그의 바둑은 단순한 수 싸움을 넘어, 심리전과 흐름의 주도권을 중시한 스타일로 평가받습니다.

오타케 히데오 9단은 고바야시와는 대조적인 기풍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는 안정적인 형세 운영과 균형 잡힌 전투를 바탕으로 승부를 풀어가는 스타일로 유명합니다. 오타케는 ‘기풍의 미학’을 중시하는 기사로 평가되며, 바둑의 아름다움과 완성도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일본 바둑 철학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힙니다. 두 사람은 같은 시대에 여러 차례 결승에서 맞붙었으며, 각자의 스타일과 철학이 일본 바둑의 다양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일본 바둑 전성기의 구조와 시스템

일본 바둑이 세계를 주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체계적인 제도와 사회적 기반이 있었습니다. 일본기원은 독립된 기사 양성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으며, 인세이 제도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기사를 육성했습니다. 또한 주요 타이틀전은 방송사와 신문사가 공동 주관하여 안정적인 수입 구조를 보장했고, 정기적인 리그와 본선 체계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 바둑 방송은 일반 가정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며, 바둑이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처럼 일본 바둑은 콘텐츠, 교육, 수익 구조 면에서 균형을 이루었고, 세계 바둑계를 이끄는 데 충분한 내실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 시기의 체계는 이후 한국과 중국이 자국 바둑 제도를 정비할 때 참고한 모델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쇠퇴의 시작: 한국과 중국의 급성장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 바둑의 국제 경쟁력은 점차 약화되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한국과 중국의 급격한 성장입니다. 이창호, 유창혁, 서봉수 등 한국 기사들이 국제 대회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중국 역시 마 샤오춘, 창하오, 후야오위 등을 중심으로 세계 대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기사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하락하게 되었고, 일본은 국제 대회에서 우승권에서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일본 내에서는 젊은 기사들의 유입이 감소하고, 인세이 제도의 폐쇄성과 교육 방식이 시대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되었습니다. 인터넷 바둑의 확산으로 정보 접근성이 높아진 시대에, 일본은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구조를 유지하며 기술 발전의 흐름에 늦게 대응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본 바둑은 과거의 전성기를 잃고 점차 국제 무대에서 밀리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일본 바둑: 쇠퇴 이후의 재도전

최근 일본 바둑계는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받는 변화는 젊은 기사들의 등장입니다. 이치리키 료, 시바노 도라마루, 후지사와 리나 등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기사들이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이기 시작하였고, 일본 내에서도 바둑 콘텐츠를 활용한 대중화 노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기원은 AI 바둑 연구를 강화하고, 기존의 기사 교육 시스템을 개방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바둑 방송도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한·중과의 교류 대국도 정례화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국제 대회 우승 횟수는 예전만큼 많지 않지만, 구조적 개편과 젊은 세대의 성장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회복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결론: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일본 바둑의 의미

일본 바둑은 한때 세계 바둑의 기준이었습니다. 고바야시와 오타케를 비롯한 수많은 명기사들이 활동하던 전성기는 지금도 많은 바둑인들에게 이상적인 시대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과 함께 시스템 개혁에 늦게 대응하면서 쇠퇴의 길을 겪었고, 현재는 그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일본 바둑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단지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바둑이라는 문화가 어떻게 시대 변화와 함께 진화해왔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각국의 바둑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쇠퇴하는지를 비교하면서, 바둑의 현재와 미래를 보다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