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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쇼와 시대의 바둑 붐과 명인전의 전설들

by FlipBee 2025. 4. 28.

바둑은 오래전부터 일본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특히 쇼와 시대(1926~1989)는 일본 바둑계에 있어 황금기라 불릴 만큼 거대한 변화와 성장이 이뤄졌던 시기였죠. 이 시기 바둑은 단순한 취미나 놀이가 아닌, 국민적인 지적 스포츠로 인식되며 방송, 출판, 교육 분야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는 일본 바둑을 공부하면서 쇼와 시대 명인들의 기보를 수십 판 넘게 복기한 적이 있어요. 당시 기사들의 수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은 보기 힘든 형식미와 절제된 수 속에 숨은 깊은 전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일본 바둑이 어떻게 대중 문화로 성장했고, ‘명인전’이 왜 전설로 남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지금 그 유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일본 쇼와 시대, 바둑은 어떻게 대중 스포츠가 되었을까?

쇼와 시대 초기, 일본은 바둑을 국가적인 수준으로 육성하고자 했습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기원 제도’입니다. 1924년, 일본기원이 설립되면서 프로 바둑 시스템이 정식화되었고, 기사 양성, 승단 제도, 프로 대회 등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죠.

특히 쇼와 중반부에 들어서며 바둑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 대중과 직접 연결되는 미디어 스포츠가 됩니다. “요미우리 신문”이나 “아사히 신문”은 매일 바둑 기보를 연재했고, 라디오와 TV에서는 명인전 생중계가 이뤄졌습니다. 당시는 정말 전국민이 바둑을 보고, 배우고, 흉내 내던 시대였습니다.

이 흐름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1980~90년대 한국 바둑 붐이 일본의 기전 시스템과 미디어 노출을 벤치마킹한 결과라는 점에서, 쇼와 바둑의 영향력은 아시아 전역에 퍼졌다고 볼 수 있죠.

바둑을 단순히 개인 취미로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이런 역사를 보면 바둑은 국가의 정체성과 문화 수준을 반영하는 지표이기도 하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2. 명인전, 바둑계 최고의 권위를 상징하다

명인(名人)은 단어 자체로도 ‘장인의 최고 경지’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바둑에서 명인은 실력뿐 아니라 인격, 기풍, 학문적 깊이까지 인정받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칭호였습니다.

쇼와 시대 명인전은 단순한 대국이 아니었습니다. 매년 전국적인 관심을 받으며, 일간지 전면 광고, 생중계, 해설 방송까지 동반한 대형 이벤트였습니다. 초등학생들도 명인전 기보를 외우고 따라할 정도였고, 승자는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았습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명인으로는 고바야시 고이치, 후지사와 슈코, 린하이펑, 오타케 히데오 등이 있습니다. 특히 고세이(碁聖), 혼인보(本因坊), 십단전(十段戦) 같은 기전이 함께 운영되며 명인전은 말 그대로 바둑계의 정점으로 군림했습니다.

지금도 이 명인들의 기보를 복기해보면, 한 수 한 수가 전통과 예술, 전략의 집약체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만큼 바둑이 단순한 승부 이상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죠.

 

3. 쇼와 시대 바둑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요즘 바둑은 빠르고 효율적인 AI 스타일이 대세입니다. 하지만 쇼와 시대 바둑을 보면, 형태미, 완성도, 장기적인 전략 등 우리가 잊고 있었던 ‘바둑의 깊이’를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특히 복기 습관을 들이려는 분들에겐 쇼와 시대 기보가 최고의 교재입니다.

  • 매일 1기보 따라두기
  • ‘이 수는 왜 여기에 두었을까’ 자문
  • 나만의 복기 노트 작성

이런 방식으로 쇼와 시대 명인들의 사고를 흡수하면, AI가 설명 못 하는 ‘감각’을 키울 수 있어요. 바둑을 공부할 때는 ‘속도’보다 ‘깊이’가 중요합니다. 쇼와 시대는 바로 그 깊이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4. 오늘날 명인전의 의미와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

현재 일본의 명인전은 예전만큼 대중적인 관심을 끌지는 않지만, 여전히 전통과 권위의 상징으로서 가치 있는 기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이나 중국의 프로 기사들도 명인전 우승을 하나의 목표로 삼을 만큼 그 의미는 여전하죠. 우리는 이 명인전의 전통을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명인전 기보 복기
  • 유튜브에서 과거 명인전 해설 시청
  • 관련 서적 읽기 (예: ‘명인들의 수읽기’, ‘쇼와 바둑사’)

이런 방식으로 바둑을 단순한 승부가 아닌 ‘문화적 콘텐츠’로 받아들이면 훨씬 깊이 있게 즐기고 배울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바둑은 기술이 아니라, 시대를 담는 언어다

일본 쇼와 시대의 바둑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사입니다. 명인전은 단지 최고수를 가리는 대국이 아니라, 바둑이 어떤 철학과 품격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무대였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바둑을 배우는 이유도 단순한 승리 때문만은 아닙니다. 조용히 집중하며 사고하고, 한 수에 마음을 담아두는 이 과정 속에 인생의 많은 부분이 담겨 있기 때문이죠. 다음 대국을 준비하고 있다면, 오늘은 잠깐 멈춰서 쇼와 시대 명인의 수 한 수를 따라 둬보세요. 그 안에서 단순한 기술 이상의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