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단순히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닙니다. 정해진 룰 안에서 무한한 선택을 고민하고, 한 수 한 수에 의도를 담는 고도의 정신 스포츠입니다. 그래서인지 프로 바둑기사들은 바둑을 단순한 승부가 아닌 ‘인생의 축소판’, ‘사고력의 미학’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프로 기사들의 인터뷰와 명언을 통해, 바둑이 왜 단순한 게임을 넘어 삶의 철학으로 여겨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이창호 9단 — “수는 정직하다, 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한국 바둑의 전설, 이창호 9단은 승부사이기 이전에 철저한 자기 성찰의 바둑인이었습니다. 그의 명언 중 가장 널리 회자되는 말은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수는 정직하다. 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 수를 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돌에 남는다.
이 말은 단순한 수읽기를 넘어, 바둑이 곧 자기 자신의 거울이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바둑판 위에 놓인 수는 그 사람의 판단력, 감정, 두려움, 용기까지 드러나며, 결국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과정이라는 뜻입니다. 이창호 9단은 자신만의 수법보다 ‘흐름을 지키는 수’를 중시했고, 승리에 집착하기보다는 ‘좋은 바둑’을 두려 했습니다. 바둑을 공부하면서 이 말을 떠올리면, 단순한 승패를 넘어 ‘좋은 수’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2. 이세돌 9단 — “인간 바둑의 자존심, 바둑은 창조다”
이세돌 9단은 AI 알파고와의 대국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인물입니다. 그의 스타일은 늘 ‘정석을 거부하는 창의 바둑’이었고,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이세돌의 바둑을 ‘예측 불가능한 예술’이라고 평가합니다.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그가 남긴 명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바둑은 창조다. 모든 수를 외워서 두는 건 바둑이 아니다. 새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세돌은 바둑이 단지 효율성과 계산만으로 이뤄지는 게임이 아니라, 자신만의 철학과 감정을 담는 예술이라고 강조합니다. 그의 78수(알파고 4국)는 아직도 ‘기계가 이해하지 못한 인간 수’로 회자됩니다. 이 명언은 특히 AI 시대 이후 바둑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지금 창조적인 수를 두고 있는가?”
3. 고바야시 고이치 9단 — “바둑에는 고요한 힘이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고수 중 하나인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은 바둑을 매우 철학적으로 바라본 인물입니다. 그가 한 말 중엔 바둑의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한 명언이 많습니다.
바둑은 격렬한 전투를 벌이지만, 내면은 고요해야 한다. 그것이 바둑이 주는 힘이다.
이 말은 바둑이 단순히 돌을 놓는 싸움이 아닌, 감정과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임을 잘 보여줍니다. 실제로 바둑은 승부욕이 앞설수록 실수가 많아지고, 침착할수록 좋은 수가 나옵니다. 고바야시 9단의 바둑은 철저한 계산과 안정적인 수법으로 대표되며, 그는 바둑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는 방법을 배웠다고도 말했습니다. 현대인에게 바둑이 왜 필요한가를 되짚어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4. 프로 기사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바둑의 본질
위 명언들을 종합해보면, 프로 기사들은 바둑을 단순한 승부가 아닌 자기 수양의 도구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바둑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정의합니다.
- 바둑은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는 게임이다.
- 바둑은 수읽기 이전에 감정을 조절하는 훈련이다.
- 바둑은 창의력과 표현의 방식이며, 인간성을 담는 예술이다.
- AI 시대에도 인간 바둑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런 철학은 우리에게 단순히 기술이나 전략만 배우는 것 이상의 배움을 줍니다. 초보든 고수든, 돌을 놓는 순간 마음가짐부터 달라져야 하며, 바둑은 그 자체로 하나의 수행이 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프로 기사들의 명언 속에는 단순한 조언 이상의 울림이 담겨 있습니다. 바둑을 잘 두는 것보다, 왜 이 수를 두는지, 어떤 자세로 돌을 대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입니다. 오늘 소개한 명언과 철학을 통해, 바둑을 단순한 게임이 아닌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결국 바둑은, 자신과 마주하고 성장하는 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