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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둑의 부흥기와 ‘바둑황제’ 조훈현 9단 이야기

by FlipBee 2025. 4. 27.

오늘날 세계 바둑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국가는 단연 한국입니다. 프로 기사 랭킹 1위 신진서 9단부터 이세돌, 최정, 박정환, 변상일 등 세계 최정상급 기사들이 포진해 있죠. 그런데 이 막강한 바둑 강국 대한민국의 기틀을 세운 인물이 누구인지 아시나요? 바로 ‘바둑황제’ 조훈현 9단입니다. 오늘은 그가 이룬 업적과 함께,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바둑적 사고법까지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1. 조훈현 9단, 어린 시절부터 천재성을 입증하다

조훈현 9단은 1953년생으로, 불과 9세의 나이에 바둑을 시작했습니다. 그의 천재성은 금세 드러났고, 12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바둑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일본기원에 입단하게 됩니다. 당시엔 한국에 제대로 된 바둑 시스템이 없었기에, 일본에서 활동하는 것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했죠.

어린 나이에 타지에서 홀로 버텨야 했던 조훈현은, 극한의 수읽기 훈련과 철저한 자기 관리로 실력을 끌어올렸습니다. 일본에서 다져진 기본기와 집요한 승부근성은 이후 그를 한국 바둑계를 완전히 뒤바꾸는 인물로 만들었습니다.

이 시기의 훈련법은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정석보다 ‘수읽기’ 중심의 집중 훈련, 하루 수십 판에 달하는 기보 복습, 그리고 ‘질문형 공부법’—“왜 이 수가 좋았을까?”—는 실력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강력한 방법입니다.

 

2. 귀국 후 ‘한국 바둑 르네상스’를 이끌다

일본에서 돌아온 조훈현은 한국 바둑계를 단숨에 장악합니다. 1980~1990년대, 그는 연간 다승왕, 다관왕, 전관왕 타이틀을 연달아 차지하며 ‘바둑황제’로 불리게 됩니다. 당시 조훈현은 무려 150여 개 이상의 공식 타이틀을 거머쥐며 세계 기보 역사상 최다 기록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가 진정 위대한 이유는 단지 성적 때문이 아닙니다. 그는 한국 최초의 바둑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망한 제자들을 발굴해 ‘한국 바둑의 황금기’를 열었기 때문이죠.

그의 제자들 중엔 우리가 잘 아는 이창호, 유창혁, 서봉수, 최철한 등이 있으며, 그들의 성장은 곧 한국이 일본, 중국을 넘어 세계 바둑 최강국이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시스템화된 바둑 교육은 오늘날에도 큰 교훈을 줍니다. 단순히 수 싸움을 넘어서, 바둑을 체계적 사고력 훈련 도구로 바라보는 관점을 심어준 조훈현의 철학은 지금도 바둑 교육 현장에서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3. 조훈현의 바둑 철학: 인간적 깊이와 승부의 냉정함

조훈현 9단은 단순히 ‘강한 기사’가 아니라, 승부사이자 철학자였습니다. 그는 바둑판 위의 승패에 울고 웃되, 냉정한 수읽기와 인간적인 배려를 모두 갖춘 기사로 존경받았죠.

그의 말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있습니다. “승리는 수읽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는 수를 읽어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는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바둑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말해줍니다.

조훈현은 복기를 철저히 중시했고, 매 대국 후 상대의 수까지 하나하나 되짚어보며 배움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는 우리가 바둑을 학습하는 데 있어 반드시 실천해야 할 포인트입니다.

  • 실전 후 반드시 복기 + 자가 복기 노트 작성
  • 상대가 무엇을 노렸는지 ‘의도 중심’으로 분석
  • 패배한 대국을 더 오래 곱씹는 습관

이러한 훈련법은 조훈현의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며, 지금도 많은 고수들이 따르고 있는 방법입니다.

 

4. 후계자 양성과 한국 바둑의 글로벌화

조훈현 9단이 길러낸 후계자 중 가장 유명한 이는 단연 이창호입니다. 그는 스승을 넘어서며 '수읽기의 신'이라 불릴 정도로 냉정하고 계산적인 플레이를 선보였고, 이후에는 이세돌, 박정환, 신진서 등으로 이어지는 세계 최강 라인업을 완성했습니다.

조훈현은 단지 국내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한국 바둑을 세계에 알리고, 다양한 국제 대회에서 한국 기사가 우승하도록 기반을 닦았습니다. IGF, WAGC, 국제 프로 기전 등에서 활약하며 ‘한국 바둑 = 세계 최고’라는 인식을 굳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죠.

지금 바둑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조훈현의 바둑 철학과 그가 만든 시스템을 본받는 것만으로도 단순한 취미를 넘어 논리적 사고력, 분석력, 승부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바둑황제가 남긴 유산은 지금도 살아 있다

조훈현 9단은 더 이상 현역으로 대국에 나서지 않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오늘날 한국 바둑의 전성기를 가능케 한 정신적 기반이 되었습니다. 바둑을 공부하는 우리 모두가 그의 철학을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바둑을 시작했다면, 조훈현의 바둑을 꼭 한 번 직접 복기해보세요. 그 한 수 한 수에 담긴 고민, 승부에 대한 자세, 상대를 향한 존중이 단지 승부를 넘은 인생의 깊이를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